작성날자 : 2014-04-13    조회 : 265
 
《시를 부를줄만 압니다》


김삿갓(본명 김병연 1807-1863)이 금강산에 갔을 때 있은 일이다. 

허줄한 행색을 한 삿갓이 내금강의 만폭동으로 향하던 중 표훈사쪽을 지나고있었는데 나무그늘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서 벅적 고아대고있었다. 

호기심에 끌린 삿갓은 그곁에 조용히 앉아 지켜보았다.

일인즉은 여러명의 량반들이 모여 금강산을 노래하는 내용의 시짓기를 하고있었는데 그들의 시는 모두 허황한 빈소리뿐이 였고 앞뒤가 맞지 않아 하나도 마음에 드는것이 없었다.

삿갓은 듣다 못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그들앞에 나서서 한수 읊었다.


나는 청산이 좋아 들어가는데 

록수야 너는 어이하여 나오느냐


삿갓이 이렇게 한수 읊고 떠나려는데 량반들이 그를 불러세 웠다. 난데없이 나타난 《불청객》을 가만 보니 행색은 허줄하나 읊은 시의 내용이 보통이 아니였던것이다.

《당신도 시를 즐겨하는것 같은데 우리와 같이 시짓기내기를 하지 않겠소?》

한 량반이 김삿갓을 맞으며 말하였다.

《저는 시를 지을줄은 모르지만 부를줄은 압니다.》

《시를 부를줄만 안다? 그것참 흥미있는 말일세. 그럼 불러 라도 보게나.》

《량반님들의 소원이라면 그저 지날수 있겠습니까? 그럼 내 시를 부를테니 써보시구려.》

삿갓이 량반들속에 들어앉으며 이렇게 말하니 곁에 있던 량반이 붓을 들고 삿갓을 바라보았다. 

《자, 어서 부르게나.》

《예.》하고 대답한 김삿갓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소나무를 가리키는 글자가 있는가요?》하고 물었다.

《있지.》

《그럼 그 두자를 나란히 쓰시우.》

《자. 두자를 썼네.》

삿갓은 다시 잣나무를 가리키는 글자가 있는가고 물었다. 량반이 있다고 대답하자 삿갓은 그 두자를 옆에다 나란히 쓰라고 하였다. 이어 삿갓은 바위를 가리키는 글자가 있으면 두자를 더 쓰라 하고 그옆에다는 돌아간다는 글자를 한자 덧붙이라고 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삿갓은 줄을 바꾸어서 산과 물을 가리키는 글자, 이곳저곳을 가리키는 글자를 각각 두자씩 나란히 쓰게 하고는 나중에 기이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가 있으면 하나 덧붙여놓으라고 하였다.

다 받아쓰고난 량반은 골을 내며 비난하였다.

《여보, 내가 시를 부르라고 했지 언제 이런것들을 부르라고 했소?》

김삿갓은 그 량반을 보고 빙긋이 웃더니 

《그러기에 나는 시를 부를줄만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자로 시를 짓는 량반들이 적어놓은 시도 모르겠다니 낸들 어찌겠소. 아무래도 제가 량반님들과는 시겨를 대상이 못되는것 같으니 물러가겠소이다.》

삿갓은 이런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삿갓의 도고한 태도에 의아해진 량반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머리를 맞대고 그가 부른 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송송백백암암회 

산산수수처처기》

《야하! 이야말로 명시로다. 

소나무 잣나무 바위들이 뒤섞인 사이를 돌아드니 

산은 산마다 물은 물마다 곳곳이 기이한것뿐이구나.》

시의 뜻을 새기며 감탄하던 량반들은 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멀어져가는 김삿갓을 다시 부르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였다.



 
   

투자유치 / 련계 / 문의 / 사진 / 동영상 / 독자게시판

관리자 (E-Mail): kumgangsan@hotmail.com

Copyrightⓒ 2012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

{caption}
이전 다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