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9-07-12    조회 : 582
 
선돌이의 환생(2)

심한 갈증을 느끼고있던 선돌이는 그것을 주어서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 다음 목말라하는 사또에게 몇알 따주려고 사과나무가지로 손을 뻗쳤다.

《이놈!》

별안간 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손을 당장 내리우지 못할가.》

《예예, 헌데 사또님도 타드는 목을 추기셔야지요. 몇알 따드릴테니 못본척하십시오.》

《안된다!》

원은 금시 사과를 따려는 선돌의 손을 와락 잡아내리웠다.

《남의 사과밭을 지날 때엔 바람에 갓이 삐뚤어져도 손을 올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예.》

《옛글에 이르기를 마음이 착한것으로 차있는 사람은 성인으로 될수 있으나 마음이 욕심으로 차면 짐슴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헌데 너는 엊저녁에 객주집녀자를 욕심내더니 오늘은 남의 사과를 탐내는구나. 너같이 천한놈이 물론 성인은 될수 없겠지만 짐승으로는 되지 말아야지.》

원은 《어험-》하고 큰 기침을 점잖게 한뒤 선돌이의 등을 떠밀었다.

《앞에서 걸어라. 내가 뒤따라가며 너를 살펴야겠다. 사과밭을 다 지날 때까지 곁눈을 팔지 말고 곧장 앞을 바라보되 두손을 허리아래에 붙이고 다리만 움직여 걸어야 한다.》

선돌이는 그가 시키는대로 앞을 보며 꼿꼿이 걸었다. 그러나 원이 대체 어떤 모양을 하고있는지 궁금증이 나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 얼핏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따라오던 원이 눈을 흡뜨며 꽥 소리쳤다.

《이놈, 곁눈을 팔지 말라는데 왜 돌아다보느냐.》

《곁눈을 팔지 말라고 하셨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분부는 없었소이다.》

《허튼 핑게 말구 얼른 머리를 돌려라. 또 그런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예, 분부대로 하오리다.》

선돌이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걸음을 다그쳤으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사과를 따먹은듯 팔소매로 입을 쓱 문댄 원이 큼직한 사과에 또 손을 뻗치는것이 눈에 띄였다.

선돌이는 《흥ㅡ》하고 코방귀를 뀌고 내처 걸었다. 한참 지나 과수원을 벗어나니 원이 헐레벌떡 뒤쫓아왔다.

《사또님, 갈증에 지치신게 아닙니까?》

넌지시 건네는 선돌이의 물음에 원은 점잖을 빼며 대꾸했다.

《량반이 그쯤한 갈증을 못이길줄 아느냐. 공자께서 이르기를 성인행보는 적선지로(성인의 매 걸음은 선을 쌓아가는 길이라는 뜻)라 하였거니와 오면서 보니 사과나무에 벌레들이 붙어있기에 짓뭉개놓느라고 조금 지체되였다.》

《소인도 사과나무에 붙은 커다란 독벌레를 보았지만 사또님분부를 거역할수 없어 그냥 지나쳤소이다.》

《지나왔으면 어쩔수 없는거다. 가던 길을 곧바로 가자.》

선돌이는 몹시 아수한듯 한숨을 내쉬고 묵묵히 걸었다. 두사람은 그날 저녁무렵 금강산입구에 당도하였다.

금강산의 경치는 듣던바보다 더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원과 선돌이는 만물상을 돌아보고 내려오다가 웬 사나이가 폭포곁의 깎아지른 소에 드리운 버들가지를 붙들고 물속으로 잠겨들려는 몸을 간신히 부지하고있는것을 보게 되였다.

원은 무작정 소에 뛰여들려고 하는 선돌이의 팔을 잡아 멈춰세우고나서 아래를 굽어보며 물었다.

《너는 대체 어떤놈이기에 이 깊은 산중의 외진 소에 빠졌느냐?》

이에 사나이는 흐리멍텅해진 눈을 희번득이며 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소인은 남도상인이옵니다. 저… 저기 장양현까지 가서 일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잠간 내려섰다가 그만… 아이구, 사람 죽습니다. 제발 좀…》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그는 허리에 꽤 두터운 띠를 두르고있었다.

《이놈아, 범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잃지 말라고 했다. 물에 빠진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그리도 죽어가는 소리를 하느냐? 네 허리에 찬것이 무엇인지 물밖으로 내던져라. 몸이 가벼워져야 물밖으로 나올수 있느니라.》

《예예.》

사나이는 한손으로 허리에서 띠를 벗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하는듯 그저 들고있었다.

《허- 그게 무엇이라고 꾸물대느냐. 죽지 않겠거든 어서 내 말대로 하거라.》

원이 이렇게 재차 호령하니 사나이는 버드나무가지에 가까스로 의지하여 있는 힘을 다 모아 그 띠를 던졌다. 그것이 털썩- 하고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보기와는 달리 묵직하였다.

그래도 원은 뭔가 자꾸 말을 시키려 하였다. 기운이 다 빠져버린 장사치는 더 말을 못하고 금시 물에 가라앉을것처럼 허우적거리였다.

선돌이는 더이상 그저 보고만 있을수 없어 물에 뛰여들었다.

그는 워낙 힘이 세고 날래였지만 축 늘어진 장사치의 몸이 천근같이 무겁고 바위가 얼음판마냥 미끄러워서 한참 첨벙대며 신고를 해서야 겨우 그 무거운 몸뚱이를 물밖으로 끌어냈다.

지칠대로 지친 장사군은 물에서 나오자마자 의식을 잃었으나 얼마 안되여 일어났다. 정신을 차린 사나이는 허리에 찼던 띠부터 찾았다. 우선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소둘레의 바위짬과 숲속을 참빗질하듯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띠는 어디에도 없었다.

                                                                                                (계속)

장사치의 거동을 유심히 살피던 원이 물었다.

《그게 무언데 그리도 미친듯이 찾느냐?》

사나이는 절망과 의심이 엇바뀌는 침침한 표정으로 원과 선돌이를 번갈아보며 떠뜸거렸다.

《그 띠는 금 수백냥과 여러개의 진주며 청옥구슬이 들어있는 띠입니다. 한생 피땀을 들여 모은 소인의 총재산입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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